멧돼지는 죽이고, 기업화한 농장만 살리고 있다

육식과잉 여전한 가운데 아프리카돼지열병
원인으로 지목된 야생 맷돼지는 가축보다 더 잔인하게 도살

게티이미지뱅크
폭 60cm~70cm , 길이 220cm 시체관처럼 좁은 우리에서의 죽음같은 삶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좁은 우리 안에서 교배와 임신, 출산을 반복하는 암퇘지들은 새끼들을 돌 볼 여유조차 없다. 마취도 없이 거세와 꼬리절단을 당하는 갓태어난 새끼 돼지는 억지로 몸집만 불린 채 5개월령에 도축된다. 이러한 생명의 삶을 삶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들에게 삶으로서의 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국민의 고기소비량이 늘어나면서 하루 평균 소 2400여 마리 와 돼지 4만 6000여 마리가 도살된다. 이는 한 두시간 정도 고기 외식을 나가서 맛있게 삽겹살을 굽히길 기다리는 동시에 살아있는 돼지 100마리가 도살되는 것을 지켜보는 셈이다.

1995년에는 돼지 646만 마리를 4만6000여 축산 농가에서 키웠다. 2000년에는 821만 마리의 돼지를 2만4000여 농가에서 사육했고, 5년 후인 2005년에는 또다시 농가 수가 절반인 1만2000여 가구로 줄어든 반면 돼지는 894만 마리로 늘어났다

2010년이 되자 농가당 평균 사육 마릿수는 5년 전의 2배인 1400여 마리로 곱절이 된다. 마릿수는 곱절, 농가 수는 절반으로 휙휙 바뀐 무서운 속도의 규모화, 공장화였다. 그 결과 2018년 현재 돼지 농가당 평균 사육 두수는 거의 1900여 마리에 이른다.

정부의 대책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살처분

잔뜩 몸집을 불려 놓은 고기 산업에 바야흐로 전염병의 세상이 다가왔다.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은 구제역 및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특별 방역기간(2019.10.01~2020.2.29)이기도 하다. 구제역은 관심, 조류 인플루엔자는 주의,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심각 단계로, 가금이나 돼지를 키우는 농가는 평소보다 폐사율이 늘어나면 의심 신고를 해야 한다. 검사결과가 양성이면 발생 농장은 물론 방역대 내 인근 농장 모든 동물을 모조리 살처분하기 위해서다.

마치 우리나라를 포위하듯 중국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그리고 북한 등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다. 정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지난 4월 정부 합동 담화문까지 발표하며 축산물 국내 반입을 금지했지만 소용없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이후로는 방역대를 10㎞까지 확대하는 것도 모자라 시 단위의 모든 돼지를 싹쓸이 살처분했다. 이동제한 조치가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제일 먼저 발동되었다. 구제역은 백신을 접종한 후로는 그나마 대량 살처분은 피해 올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백신도 없다.

이낙연 총리를 중심으로 정부는 연일 강도 높은 살처분 위주의 방역 대책을 발표, 실행하고 있다. 하긴 전 세계가 고기 산업을 위한 사육 돼지들이 전멸할 수 있다며 긴장 중이니. 필연적으로 삽시간에 따가운 시선은 야생 멧돼지에게로 쏠렸다.

백신도 없는 신종 전염병이 멧돼지 사냥으로 해결 될 문제인가?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전염성이 매우 강하며 직접 접촉으로 감염된다. 감염된 돼지의 피 한 방울로 수백, 수천의 돼지들이 감염 가능하며 바이러스로 오염된 분변이나 사료, 살처분 장비나 인력에 의한 기계적인 확산에다 설치류나 조류 작은 진드기와의 접촉 등 무엇에 의해서도 전염할 수 있다. 이 많은 요소 중 야생 멧돼지로 인한 위험 측정과 이의 관리 방안이 정교하게 먼저 도출되어야 한다는 게 일반적 상식이라 할 것이다.

10월15일 환경부와 국방부는 군사분계선(남방한계선)과 민통선 구역 내 야생 멧돼지 출몰·서식지역을 대상으로 민간 엽사, 군 포획인력 등 민·군의 모든 가용자산을 동원해 멧돼지를 사냥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멧돼지 포획의 당위성만 강조될 뿐, 구체적인 방법과 계획은 제시되지 않았거나 제시된 방법도 실효성 면에서 의구심을 자아내는 것들이었다.

방법에 대한 논의나 검증 없이 대규모 ‘사냥’이 시작되었다. 어쩌다 보니 공식적으로 고기 산업 최대의 적이 된 멧돼지는 그다지 예쁘지도 않고 무리로 나타나 농사를 망치곤 해 평소 미웠던지 인도적 원칙도 작동하지 않았다.

언론에서는 즉각 멧돼지 소탕 작전의 결과를 알려왔다. 이틀 동안 민통선 내에서 122마리를 포획, 경기도 전역서 3일간 119마리를 잡았다. 살기 위해 전력 질주하던 멧돼지가 총을 맞고 고꾸라졌다 다시 달아나자 추가 발사로 절명시키는 장면도 보도되었다.

멧돼지는 가족 단위의 정교한 집단생활을 하는 빠르고 강인한 동물이다. 순간 도약력도 최소 1.5m에서 2.5m에 이른다. 정부가 총기 포획으로 인한 멧돼지의 원거리 이동을 막기 위해 설치한다는 철책의 높이는 사람 키보다 작아 무용지물의 가능성이 크다. 방법이 유효한지에 대한 의문이 들 뿐더러 비과학적이며 성급하고 어리석은 행정이다.

혼란의 와중에 정부가 주도하는 멧돼지 소탕 작전에 개인 엽사들도 가세해 멧돼지 사냥에 나서고 있어 질병 감염 예방을 위해 상황이 통제되고 있는 건지 실효성이 극히 의심된다. 엽견에게 멧돼지를 물어뜯게 하고 피 흘리는 멧돼지 주둥이를 묶어 끌고 다녀 길에 혈액을 흩뿌리면서 혈액 채취는 대체 왜 하고 검사는 왜 하는 건지 알 도리가 없다.

비인간적인 동물 학대 아닌 근본 해결책 필요

2년 만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을 극복해 가장 성공적인 방역 사례로 일컬어지는 체코의 멧돼지 방역도 철책을 이용한 이동제한과 단계적 개체 수 감소 그리고 무엇보다 사체의 엄격한 관리가 핵심이었다.

살처분과 사냥으로 지키려는 건 생명아닌 ‘산업’

이 모든 고통과 소란은 고기로 키워지며 축사라 불리는 집단 병실 속에서 키워져 곱게 도살돼 우리 식탁에 올라와야 할 돼지들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또한 정부는 기업이 되어버린 축산 농가를 위해 이 와중에도 돼지고기 소비 촉진 운동을 벌이고 있다. 과연 인간에게 이로운 결정인지 심각하게 고민이 필요하다.

출처 : https://news.v.daum.net/v/2019102110261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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